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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 말할자격있나

수련관 | 2001-07-23 | 조회수 : 7842
청소년보호 말할 자격있나

언젠가 전화를받은 친구가 힘이전혀 없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인터넷 섹스사이트에 드나든 것을 알고 나서 이틀동안 밥도 못먹고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섹스사이트 차단장치 프로그램을 깔다가 다른 사이트까지 접근이 불가능하여서 포기하고 말았다고,자식이 이제는 순수를잃은 것 같다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아마도 인터넷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늘 불안한 한자락이 이런 경우들일 것이다.

온갖 형태의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판단이 안 서고, 그래서 어떻게든 통제하고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만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차단장치프로그램을 깔 생각은했지만, 현명한 그친구도 자식과 마주앉아서 이런 섹스사이트를 봐선 안 좋다고 생각할 만한 가장중요한 이유, 폭력적인 성행위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의위험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

아동적 순수가 없어지는 것은안타까웠지만, 성폭력이 무엇이고, 성행위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고려하고,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혼동된 성관념을 정리할 생각은 들지않았던 것이다. 세계 제 1위라고 하는 성폭력 발생국가에서 말이다.

1일부터 시행령이 발효된 인터넷 내용등급제도는 이렇게 적잖이혼돈된 부모중심의 통제와보호의식으로 꽉 차있다.

해선안될 것, 봐선안될 것, 꿈꾸어선 안될 것 등으로 넘쳐난다. 각종폭력이나 포르노 사이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성애, 월경, 누드 등도 알아선 안되고 말해선 안될 것으로 되어있다.

학교를 안 다니는 청소년사이트의 폐지조치는 기존의 학교체계 밖의 대안은 모두 위험하다는 획일적인 발상을보여준다.

김인규 미술교사사이트에 있었던 누드사진만 보아도청소년들의 성의식에 혼란이생길 거라는 과잉염려 같은 수준의 생각이 깔려있다.

사실 청소년보호라는 것은 혼동스러운 개념이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세계로 넘어가는 지점에 서있는 이들에게 접해야 할것과 접하지 말아야할 것을 중심으로 보호막을 치는 것의의미는 무엇일까.

가치관의 정립이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세상의 정보와현실에 노출될 수밖에없는, 사실은 노출되어야 하는 이 시기에이런 식의 아동적 순수를꿈꾸는 보호의 현실성은 무엇일까 말이다.

보호 자체도그렇다. 알아선, 그리고 봐서는안 되는 금기가 많은청소년 보호사상이지만 실제적으로 우리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할의지가 있다고 말할자격이나 있나.

한 사회가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청소년 보호는 청소년들이 힘이 없어서 또는가치관의 혼란스러움 속에서당하는 각종 성적, 정신적, 물리적 피해로부터의 적극적인 보호일것이다.

그러나 성적으로 청소년은 실제 보호대상이 아니다.원조교제를 하면 처벌받아야 하는 섹스행위의 주체인성인이다.

미국 등의 나라가 16세(어떤주는 18세) 이하의 청소년과 성인이 하는 성행위는 무조건 강간으로 성인을처벌하지만 성문제에 보수적이라는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훨씬 낮아서 13세까지만 적용한다.

잠자리를 제공하고,용돈을 주면서 한성인 남성의 15세 소녀와의 성행위는 성매매가 아니고이성간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성관계로 보인다며 그 성인남성을 형사처벌하지 않은 판결도 최근에나왔다. 청소년 성보호법이 있다지만 기소된 피의자의 6%만이 실형선고를 받고 있는현실이다.

한편에서는청소년에게 아동적 순수함 또는 무지함을 가질것을 원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성적인 도구로서 무방비로 노출되게 하고, 처벌까지 받게하는 법현실을 어떤식으로 설명할 수있을까.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성폭력을 보면서도 막상 자기자식에게는 성폭력 가해자가 된다는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교육하지 않는 환경은 무슨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청소년 보호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할때이다.
출처 : 한국일보 등록일 : 200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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